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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人)자의 갑골문자는 아래 보는 바와 같이 사람이 허리와 무릎을 구부리고 서있는 옆모습을 간단히 나타낸 것입니다.
<사람 인(人)의 갑골문>1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보입니다.
1) 사람은 반쪽이다.
옆모습을 나타낸 것은 사람의 반 쪽을 나타낸 것이고, 이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음(陰)과 양(陽) 중에서 절반의 치우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최소한 남성 아니면 여성이죠. 물론 남성과 여성도 그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구별을 신체적으로 타고 나게 되죠.
그래서 이렇게 남성과 여성처럼 서로 음(陰)과 양(陽)이 상반되는 입장의 사람들이 분화(分化)되는 것을 나타내는 화(化)자는 인(人)자와 그것이 180도 뒤집어진 글자가 서로 어울린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화(化)의 갑골문>2
이러한 인(人)자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양(陽)과 음(陰)의 절반에 속성으로 나타나는 것은 다다음 강의에서 원(元)자와 천(天)자를 해설하면서도 나올 것이고, 나중에 십이지(十二支)의 글자들을 해설하면서 다시 다룰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쪽의 사람이 하나의 완전한 성향을 지니게 된 상태가 바로 ‘클 대(大)’자 이고 대(大)자의 갑골문은 옆모습이 아닌 정면을 바라본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대(大)의 갑골문>3
2) 구부러진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옆모습을 나타내면서 일직선이 아니라 허리와 무릎이 굽은 모양을 강조한 것은 사람의 속성이 비록 음(陰)과 양(陽)에 절반의 속성을 타고 났지만, 혼자 고립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면서 어울리거나 다툴 수 있다는 뜻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만일에 두 사람이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아래와 같은 ‘쫓을 종(從)’자가 되는데, 이는 고대의 ‘친밀할 비(比)’자이기도 합니다. 서로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므로 따른다는 뜻도 되고 친밀하다는 뜻도 되는 것입니다.
<종(從), 비(比)의 갑골문>4
만일 두 사람이 서로 등을 지고 있으면 서로 등을 진다는 뜻의 배(北)자가 되고 이는 해가 가장 덜 비치는 북쪽 북(北)자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배(北), 북(北)의 갑골문>5
그런데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 등을 지고 갈라서면 그 중간에 틈이 생깁니다. 고로 이렇게 두 사람이 등을 진 모양은 그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열린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인(因)의 갑골문>6
위에 글자는 모두 ‘인힐 인(因)’자의 갑골문자인데 그 ②번의 글자는 앞서 나온 ‘클 대(大)’자 양 옆으로 서로 등을 진 사람이 있고 그 위에는 구멍이 열린 팔(八)자 모양이 나옵니다. 이는 두 사람이 등을 진 사이로 열린 공간이 생기고 그 위에 팔(八)자가 상징하는 열린 틈을 통해 무언가가 크게 나아가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①번에 글자는 ‘클 대(大)’자 아래에 ‘옷 의(衣)’자의 갑골문이 있는 모양입니다. 갑골문자에서 옷은 단순한 옷 이외에 보금자리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래 ‘의지할 의(依)’자의 갑골문을 보면 그러한 보금자리의 상징의미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의(依)자의 갑골문>7
이는 ‘옷 의(衣)’자 안에 ‘사람 인(人)’자가 있는 것인데, 사람이 옷 안에 숨어 있다는 표현을 통해 보금자리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옷에서 무언가 크게 열리고 나아가는 것은 그동안 보금자리에서 숨어서 지내던 무언가가 밖으로 활동하러 나아간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상대(商代)에 왕이 점을 친 내용을 거북의 껍질이나 짐승의 뼈에 기록한 갑골복사에서 남쪽을 주관하는 신(神)의 이름을 인(因)이리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8 남쪽은 해가 중천에 떠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따뜻한 쪽이고, 에너지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쪽이므로 무언가 밖으로 크게 뻗어 나가는 이미지가 적용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인(因)이란 무언가가 생겨나는 기원이나 유래의 의미가 있고 거기서 확장되서 원인(原因)의 뜻으로도 나타나게 됩니다. 이는 밖으로 나아가는 것을 표시하는 대(大)자 보다는 그 아래 보금자리를 상징하는 의(衣)자의 의미를 우선적으로 본 것입니다. 좌측에 ①번 인(因)자는 이러한 보금자리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크게 나아가는 의미가 위주로 나타나긴 합니다.
서로 등을 진 사람과 반대로 사람이 ‘클 대(大)’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면 이는 “낄 협(夾)‘자가 됩니다.
<협(夾)의 갑골문>9
사람이 서로 등을 지면 중간에 틈이 생기게 되고,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그 틈새를 닫는 이미지가 되는 것입니다.
© 2017. 9 Joong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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