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위에 동영상 14분 43초 부터의 내용입니다.
그 앞부분의 글은 이전 글에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효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초구
潛龍勿用
잠룡물용
1. 잠룡(潛龍)
<은허박물관(殷墟博物館) 입구에 용(龍) 문양>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 효사는 잠룡물용(潛龍勿用)입니다. 잠룡(潛龍)은 물 속에 웅크린 용을 말합니다. 저번 강의에서도 말했듯이 건(乾)괘가 상징하는 양적(陽的)인 용(龍)과 손(巽)괘가 상징하는 음적(陰的)인 웅크린 이미지가 결합해서 잠룡(潛龍)이라는 이미지가 나온 것입니다.
이렇듯 주역의 효사에 담긴 이미지는 그것이 본래의 성질 (여기서는 양(陽)의 상태)로 머문 상태와 그것이 반대의 성질로(여기선 음(陰)의 상태로) 변한 상태를 절충한 상황으로 반영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양적(陽的)으로 치중되거나 음(陰)적으로 치중된 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 효사 동하면 지괘(之卦)는 천풍구(天風姤)괘가 됩니다. 고로 중천건(重天乾)괘의 양적(陽的)인 상황과 음적(陰的)인 상황의 비교는 천풍구(天風姤)괘의 초육효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뒤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물용(勿用)
이번엔 물용(勿用)이라는 단어를 보겠습니다. 물용(勿用)이란 요즘 언어로 직역하면 “쓰지 말라”는 뜻이 되는데, 이는 두 가지 입장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지금 상황의 주체가 본인이라는 상황에서의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상황의 주체가 상대방이라는 상황에서의 해석입니다.
1) 물용유유왕(勿用有攸往)
만일 지금 상황이 본인이 주인공이라면 물용(勿用)은 뒤에 유유왕(有攸往)이라는 문장을 붙여서 물용유유왕(勿用有攸往)의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물용유유왕(勿用有攸往)이란 문장은 수뢰둔(水雷屯)괘의 괘사에 나오는 문장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뜻입니다. 유(有)는 있을 유(有)자이고, 그 뒤에 유(攸)는 ‘~하는 것’ 혹은 ‘~하는 바’와 같은 의존명사를 만드는 단어로, 소(所)자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왕(往)은 나아가다는 뜻입니다. 고로 물용유유왕(勿用有攸往)을 직역하면 “나아가는 바를 가지는 것을 쓰지 말라”고 해석이 되는데, 그 의미는 나아가지 말고 안에서 힘을 기르라는 뜻이 됩니다.
2) 물용취녀(勿用取女), 유유왕견흉(有攸往見凶)
또 다른 하나는 지금 상황의 주체가 상대방이라는 상황에서의 해석입니다. 이는 그 상대방을 기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가령 신하로 쓰지 말라, 부인으로 취하지 말라는 뜻이 됩니다. 이에 해당되는 내용은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효가 동해서 된 지괘(之卦)인 천풍구(天風姤)괘의 초육효사와 괘사에서 반영되어 나옵니다. 천풍구(天風姤)괘의 괘사에 나오는 물용취녀(勿用取女)와 초육효사에 나오는 “유유왕, 견흉(有攸往, 見凶)”이 그것입니다. 물용취녀(勿用取女)는 그 여인을 부인으로 취하지 말라는 뜻이므로 잠룡(潛龍)에 해당되는 인물이 내가 아닌 상대방에 해당되는 경우입니다. 잠룡(潛龍)이란 현재는 신하이지만 나중에 본인을 정복하고 왕위에 오를 인물이기도 합니다. 고로 이 인물이 웅크리고 있다가 힘을 길러서 나아가게 되면 내가 정복당하고 흉(凶)함을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천풍구(天風姤)괘의 초육효사에서 “나아갈 바를 두면 흉함을 당하게 된다.(有攸往, 見凶)”라고 한 것입니다. 만일 잠룡(潛龍)이 본인이라면 아직 웅크리고 힘을 비축해서 나중에 승천(升天)할 기회를 노리면 되지만, 잠룡(潛龍)이 상대방이라면 나중에 나에게 해를 끼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그 상대방이 나에게 해를 끼치는 상황이란 어떤 상황에 해당되는지, 그 예는 다음 글에서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효가 동한 지괘인 천풍구(天風姤)괘의 초육효를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잠룡물용(潛龍勿用)의 역사적 배경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효를 상(商)나라나 주(周)나라의 역사라는 관점으로 보면 상(商)나라나 주(周)나라의 선조들에 해당되는 시기입니다. 다른 괘들의 경우 그 괘나 각각의 효(爻)에 해당되는 특정 역사적 사건들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는 것이 더 재미가 있는데, 중천건(重天乾)괘의 경우는 너무 긴 시간의 역사를 하나의 괘 안에 축약시켜 놓다 보니, 그 효사의 내용도 단지 선조들의 시기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효를 생명의 탄생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초구에 웅크리고 있는 용(龍)은 남성의 안에 있는 정자상태, 혹은 선조들로부터 전해온 유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인들이 용(龍)을 통해서 상징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것은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할 것입니다.
© 2017. 9 Joong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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