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 효사

周易) 중천건(重天乾)괘의 배경

이칭맨 2017. 11. 8. 16:27


아래 글은 위에 동영상의 14분 43초까지의 내용입니다.
이후 동영상 내용은 뒤에 이어지는 글에 나옵니다.

1. 중천건(重天乾)괘의 주제

공자궤(龏子簋)에 나오는 '받들 공(龏)'자.《집성(集成) 3078》


주역(周易)의 효사는 기본적으로 주(周)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쓰인 글입니다. 그래서 주역(周易)의 모든 효사에 내용은 일차적으로 주(周)나라, 혹은 주나라 전후의 상(商)나라나 기타 제후국들의 역사적 상황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 효사를 해석하는 기준을 제시한 하나의 상징적인 상황일 뿐입니다. 그래서 고대인들이 주역으로 점을 쳐서 얻은 효사의 내용이나 괘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국가나 개인적인 상황에 대입해서 그 상황에 맞는 해석을 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중천건(重天乾)괘의 경우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1) 주(周)나라 혹은 상(商)나라의 전반적인 개국 역사의 흐름
2) 한 개인의 출생과 죽음
3) 우주의 탄생과 종말


물론 이 외에 물의 이동이나 대류와 같은 관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더 작게 세분하면 무수히 많은 관점과 주인공이 나올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이 정도가 중천건(重天乾)괘를 해석하는 기본이 되겠습니다.


우선 1)번의 경우 구지 주(周)나라와 상(商)나라가 아니더라도 모든 국가에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실제적인 역사적 사건과 대입해서 봐야 더 이해가 쉬우므로 주(周)나라나 상(商)나라의 역사에 국한시켰습니다. 사실 주나라와 상나라의 역사는 매우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2. 상(商)나라, 주(周)나라 역사


상(商)나라는 탕왕(湯王)이 기존의 하(夏)나라의 결왕(桀王)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고, 주(周)나라는 무왕(武王)이 기존의 상(商)나라의 주왕(紂王)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죠. 또 탕왕(湯王)에게는 이윤(伊尹)이라는 걸출한 신하가 있었고, 무왕(武王)에게는 태공망(太公望), 즉 강태공이라 불리는 걸출한 신하가 있었습니다. 단 무왕(武王)은 그의 부친인 문왕(文王)이 개국의 기초를 튼튼하게 세워두었다는 점은 좀 다르죠. 이 주(周)나라의 문왕(文王)과 상(商)나라의 탕왕(湯王)은 모두 각각 이전 왕조인 상(商)나라, 하(夏)나라에서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모함을 당해 옥에 갇혔다가 주위 신하들의 도움으로 옥에서 풀려난 역사도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즉 탕왕(湯王)은 하대(夏臺)의 감옥에 갇혔다가 신하인 이윤(伊尹)의 도움으로 해방되어 힘을 길렀고, 문왕(文王)은 유리(羑里)의 옥에 갇혔다가 태공망(太公望)의 도움으로 해방되어 힘을 길러갔습니다. 또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왕(桀王)은 말희(妺喜)라는 여인에 빠져서 국정을 소홀히 했고, 상(商)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周)왕은 달기(妲己)라는 여인에 빠져서 국정을 소홀히 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러한 상황은 주(周)나라도 마찬가지죠. 서주(西周)의 마지막 왕인 유왕(幽王)도 결국 포사(褒姒)라는 여인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한 것으로 나옵니다. 물론 이 역사적 내용은 승자에 의해 왜곡된 부분도 있을 테지만, 여기서 그것까지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사기(史記)와 죽서기년(竹書紀年)등의 역사서에 나오는 내용을 위주로 할 것입니다.


3. 중천건(重天乾)괘는 선천(先天), 중지곤(重地坤)괘는 후천(後天)


앞서 말했듯이 중천건(重天乾)괘는 그 주인공을 국가와 왕조로 본다면 한 국가와 왕조의 탄생과 멸망, 그 중에서도 탄생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여준 것인데,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이것은 상(商)나라의 탄생일까 주(周)나라의 탄생일까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 주역(周易)이니까 당연히 주(周)나라의 역사일거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주역(周易) 안에는 상(商)나라의 역사도 나오고 상(商)나라의 인물이 주인공인 경우도 나옵니다. 주(周)나라의 입장에서 상(商)나라와 주(周)나라는 각각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을 주관한 왕조이고, 주역은 단지 후천(後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을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역의 64괘 중 마지막 괘는 수화기제(水火旣濟)괘와 화수미제(火水未濟)괘인데 이들은 각각 상나라와 주나라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화기제(水火旣濟)괘에의 삼효에 나오는 고종(高宗)이라는 인물이 상(商)나라의 23대 왕인 무정(武丁)이란 것은 잘 알려져 있는 바입니다. 그 외에 다른 효사의 내용들도 상(商)나라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그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는 나중에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제(旣濟)괘와 미제(未濟)괘는 특히 그 왕조의 탄생보다는 번영과 종말의 과정에 더 집중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 구조를 고려해 보면 주역의 맨 앞에 오는 중천건(重天乾)괘와 중지곤(重地坤)괘는 한 왕조의 탄생에 더 집중을 두고 각각 상(商)나라와 주(周)나라의 역사를 묘사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해 보입니다. 즉, 중천건(重天乾)괘는 상(商)나라, 중지곤(重地坤)괘는 주(周)나라에 해당되는 역사를 말하고 그 중에서도 각각 상(商)나라와 주(周)나라의 탄생과정에 중점을 둔 역사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중천건(重天乾)괘가 종말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고, 수화기제(水火旣濟)괘가 시작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탄생과 종말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도 한번 《예기ㆍ교특생(禮記ㆍ郊特牲)》편에 나오는 “은(殷)나라 사람들은 먼저 양(陽)에서 구하고, 주(周)나라 사람들은 먼저 음(陰)에서 구한다“는 말을 들어서 주(周)나라는 상(商)나라를 양(陽)으로 보고 자신들 주(周)나라를 음(陰)으로 보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대체로 시간의 흐름을 음양(陰陽)으로 구분할 때 먼저 오는 것이 양(陽)이고 나중에 오는 것이 음(陰)이기도 합니다. 시간적으로 먼저오는 양(陽)이 선천(先天)이고, 뒤에 오는 음(陰)이 후천(後天)에 해당됩니다. 고로 양(陽)으로 가득한 중천건(重天乾)괘를 먼저 온 왕조인 상(商)나라로 보고, 음(陰)으로 가득한 중지곤(重地坤)괘를 나중에 온 왕조인 주(周)나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주역(周易)의 다른 괘에서도 모두 건(乾)괘나 양(陽)을 상(商)나라로 보고 곤(坤)괘나 음(陰)을 주(周)나라로 본 것은 아닙니다. 비록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상(商)나라가 왕으로 있었던 선천에 속하는 시기에는 주(周)나라가 음(陰)이고 상(商)나라가 양(陽)이었지만, 주나라가 왕위에 오른 뒤부터는 주나라도 이제 또 다른 후발 왕조나 후대의 입장에서 양(陽)의 입장이 됩니다. 그리고 이미 몰락해서 신하의 입장으로 돌아간 상(商)나라의 후손들에 대해서도 왕인 주(周)나라는 양(陽)의 입장으로 바뀝니다. 즉, 이미 몰락한 상나라 혹은 몰락에 가까워가도록 쇠락한 상나라도 겉으로는 양(陽)일 뿐이지만 그 속성은 사실 거의 음(陰)에 해당이 됩니다.



고로 지천태(地天泰)괘와 천지비(天地否)괘 같은 괘들에서는 양(陽)에 속하는 건(乾)괘가 강한 군자가 지도하는 주(周)나라를 상징하고, 음(陰)에 속하는 곤(坤)괘가 소인(小人)이 지도하는 상(商)나라를 상징합니다.


이렇게 일차적으로는 중천건(重天乾)괘가 상징하는 국가 탄생의 구체적 주인공은 상(商)나라에 더 가깝지만,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상(商)나라의 탄생역사와 주(周)나라의 탄생역사는 공통점이 매우 많습니다. 역사가 되풀이 된다고 볼 수도 있죠. 그래서 중천건(重天乾)괘의 효사에 내용을 사실 주(周)나라 탄생역사에 대입해 봐도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역사가 후대에 일부러 조작해서 기록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원래 주역이나 고대 동양사상들의 기본이 오늘날에 프랙탈 구조라고 부르는 구조처럼 이러한 비슷한 구조의 반복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변화한다는 뜻을 가진 역(易)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그렇게 비슷하게 반복되면서도 약간씩의 틈을 벌리면서 이전의 구조와는 점차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이제부터 중천건(重天乾)괘를 해석하면서는 상(商)나라와 주(周)나라의 개국역사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도록 할 것입니다.


4. 각 효(爻)의 이름


구체적인 효사를 알아보기 전에 주역에서 각 효를 부르는 이름에 대해 알아보고 넘어가겠습니다. 주역에서는 맨 아래의 효를 초효(初爻)라고 부르는데, 만일 그것이 양효이면 홀수 9를 대표로 사용해서 초구(初九)라고 부르고, 음효(陰爻)이면 짝수 6을 대표로 사용해서 초육(初六)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효는 양효이면 구이(九二), 음효이면 육이(六二)라고 부르구요, 세 번째 효는 양효와 음효를 각각 구삼(九三), 육삼(六三)이라고 부르고 네번째, 다섯 번째 효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구사(九四), 구오(九五) 혹은 육사(六四), 육오(六五)라고 부릅니다. 마지막 효의 경우는 양효이면 상구(上九)라고 부르고 음효이면 상육(上六)이라고 부르는 것만 차이가 납니다.



왜 이렇게 부르는지는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나중에 다루도록 하고, 일단 이러한 이름 붙이는 원칙만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5. 지괘(之卦)의 개념


중천건(重天乾)괘의 효사 중 제일 앞에 오는 초구효를 알아보기 전에 잠시 지괘(之卦)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효(爻)가 동한다는 개념은 전에 설명한 바 있습니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밤이 가면 낮이 오듯이 양효가 동해서 음효가 되고 음효가 동해서 양효가 된다는 뜻입니다. 


중천건(重天乾)괘의 맨 아래효가 동해서 하괘가 손(巽)괘가 되면 전체 괘 모양은 아래 우측의 모양이 되는데 이것은 천풍구(天風姤)괘라고 부릅니다.



주역의 괘 이름은 주로 위에 있는 괘를 먼저 부르고 아래에 있는 하괘를 다음에 붙인 뒤에 그 대성괘의 특징을 나타내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이 괘는 위에 건괘가 오고 건괘의 상징은 하늘이므로 먼저 천(天)이라고 쓰고, 하괘에는 손(巽)괘가 오는데 손(巽)괘의 대표 상징은 바람이므로 다음에 풍(風)이라고 쓴 것입니다. 건(乾)괘가 하늘을 상징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설명했고, 손(巽)괘가 바람을 상징하는 이유는 뒤에 손(巽)괘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설명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렇게 상괘와 하괘의 상징의미를 대표하는 단어를 이어 붙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괘(卦)의 대표 이미지인 괘(卦)의 이름을 붙인 것인데 이 경우의 괘에 이름은 구(姤)입니다. 왜 이것의 대표이미지가 구(姤)가 되는지도 나중에 천풍구(天風姤)괘를 설명하면서 다룰 것입니다.


결국 중천건(重天乾)괘의 초구효가 동하면 천풍구(天風姤)괘가 되는데, 이렇게 효(爻)가 동(動)해서 변한 괘가 있을 때 원래의 괘를 본괘(本卦)라고 하고 그것이 변한 괘를 지괘(之卦)라고 부릅니다. ‘갈 지(之)’자를 써서 변해 갔다는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 다른 괘들도 모두 원칙적으론 이와 같습니다. 다만 몇몇 경우에는 효사의 내용이 양효나 음효 중 하나에 치우쳐서 표현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것은 각각의 효를 공부하면서 각각 다뤄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음효와 양효의 중간적 이미지를 취하다 보면 중천건(重天乾)괘의 맨 아래효와 그것이 동한 천풍구(天風姤)괘의 맨 아래효는 서로 같은 이미지가 나와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로 주역의 효사에 많은 경우 이러한 지괘(之卦) 관계의 효들은 서로 공통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주인공이나 상황에 따르는 효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역의 효사를 해석할 때 과연 내가 이것을 맞게 해석했는지를 검증하는 수단 중 하나가 지괘(之卦)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괘(之卦)의 의미까지 해설해가면서 중천건(重天乾)괘를 설명하려면 사실 64괘를 이미 어느정도 한번 숙지한 뒤에야 이해가 갈 수 있습니다. 본 강의에서는 일단 아직 64괘를 다 보지 못한 분들도 이전까지의 제 강의를 보셨으면 이해가 갈 수 있을 정도의 범위에서 해설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 2017. 11  Joongh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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